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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것들

대한민국이 썩고 있다.

대한민국이 썩고 있다

 

  총체적 부패는 혁명적 결단으로 뿌리 뽑아야

  “국민에겐 나라가 온통 썩은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17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가원로들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다. “삼성그룹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 삼성그룹 총수 이건희 회장의 충격적 고백이다. 대통령보다 훨씬 더 직설적 표현이다. 기업의 이미지 손상을 무릅쓰고 치부를 밝힌 것이다.


  특임장관실이 지난 2~4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성인남녀 20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받고 있는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신뢰도가 꼴찌인 경찰과 국회가 2.9%, 다음이 청와대 3.4%, 검찰•법원 8.1%, 공무원 10.2%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15.6%, 언론 20.6%, 학계가 22.3% 였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두 전직 대통령은 비자금 문제로 사법처리 됐었다. 민주투사 출신 두 전직 대통령 아들들도 비리와 부패 혐의로 줄줄이 감옥을 다녀왔다. 바로 앞 대통령은 사정의 칼끝이 자신과 가족을 겨누자 자살했다. 그럼에도 공직사회 부패는 끝이 안 보인다. ‘역사의 교훈’도 없다. 국민이 분노한다. 전에는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행위’ 정도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어디 이들 뿐이겠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식으로 바뀌어버렸다. 참담하다. 잇단 공직사회 부패가 ‘공정사회’를 비웃는 것만 같다.


  감독기관과 사정기관마저 썩고 있어

  보도된 부패사례들만 기억나는 대로 열거해본다. 부산저축은행은 썩다 못해 곪아터졌다. 더러운 손들이 경쟁적으로 돈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을 ‘금융강도원’이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청와대 참모, 감사원 고위인사까지 부패 혐의로 수사대상이다. 현직 언론인도 거액을 챙겼다고 한다. 국회의원 연루설도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부산저축은행은 도대체 얼마나 썩었길래 ‘불법폭로’ 위협을 하는 퇴직직원 입막음에 무려 20여 억 원이나 썼을까.


  감독기관과 사정기관도 썩고 있다. 현직 고법부장판사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검사들의 비리는 연례행사다. 검사 비리 때문에 특별검사까지 등장했었다. 툭하면 ‘떡값’이라고 어물쩍 넘어가곤 했다. 제대로 까발리면 어떨지 궁금하다. 공직사회에서는 웬 떡값이 수 백만, 수천만 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식구가 많은 경찰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그대로다. 대통령이 국방개혁 임무를 주어 보낸 사람마저도 비리 혐의로 쇠고랑을 찰 정도다. 해외공관 감사를 한답시고 세금으로 유람여행을 즐긴 감사원 간부도 있었다고 한다. 감독•사정기관 부패에 국민은 더 격분한다.


  가장 큰 소리 치는 집단인 국회는 어떤가? 18대 국회에서 벌써 21명이 각종 범법행위로 옷을 벗었다. 지금 국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가? 그렇게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죄는 있지만 벌금 액수가 적어 겨우 살아남은 국회의원들도 꽤 있다.


  국세청, 건교부 등 곳곳에 썩은 냄새 진동

  국세청 부패는 아예 면역이 됐다. 역대 청장 가운데 몇이나 더러운 돈에서 자유로웠나. 한 전직 청장은 해외 체류 중에도 기업에서 수억 원씩 챙겼다. 국세청 전 국장이라는 사람은 옷을 벗고도 재벌기업으로부터 5년 동안 30억 원 넘게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자문료니 뭐니 주장한다. 과연 국민이 믿을까? 지난 5월초 한 7급 세무공무원은 62차례에 걸쳐 52억 원의 세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11년에 벌금 10억 원의 형을 선고 받았다. 아래 위가 청탁을 가리지 않고 삼켰다.


  건설교통부의 ‘비리 투성이 연찬회’는 꼴불견의 극치다. 공무원들이 떼지어 제주도에 가서 4대강 업체 돈으로 룸살롱에서 놀다가 걸렸다. ‘부패시궁창’에 들어간 접대비는 결국 공사비에서 빠지거나, 설계변경 등의 방법을 통해 몇 백 배, 몇 천 배 더 많게 세금이 메워줄 것이다. 부실공사, 아니면 혈세 낭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운 와중에 행정안전부 산하단체 직원들도 연찬회를 강행했다. 더 이상 한심할 수 없는 작태다. 알고 보니 ‘부패잔치 연찬회’는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연례행사였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도 공금 수억 원을 흥청망청 쓰고, 시간외 근무수당을 엉터리로 불려서 타먹다 들통 났다. 지자체나 공기업에서 많이 보아온 고전적 수법이다. 중앙정부 부정•부패가 이 정도니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은 불문가지이리라.


  부패추방은 시대적 소명, 대통령이 발벗고 나서야


  공직사회 부패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혁명적 결단으로 직접 나서야 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 안 된다. 하루빨리 종합계획과 세부 실천프로그램을 짜, 전광석화처럼 행동에 옮겨야 한다. 청와대와 감독기관, 사정기관부터 대대적인 청소를 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만고의 진리다. 다른 공직사회와 공기업은 저절로 맑아진다. 민간부문도 자정기능이 작동할 것이다.


  이것들만은 꼭 실행하자. 의식개혁을 위한 끊임없는 교육은 기본이다. 부패척결을 위해 관련 제도를 확 바꾸자. 무엇보다 뇌물의 법적 개념을 확대하자. 공직자가 민간으로부터 받은 금품은 직무관련 여부를 떠나 무조건 뇌물로 규정, 형량을 대폭 강화하자. 감독•사정기관의 부패행위는 가중처벌하자.

 

  뇌물수수 공직자는 원칙적으로 파면과 체형을 동시에 부과하자. 뇌물은 연금을 몰수해서라도 반드시 뱉어내게 하자. 떡값도 모두 뇌물에 포함시키자. 직무관련 외부 인사 면담 장소를 반드시 집무실로 국한하자. 또 6하 원칙에 따른 면담결과 문서보고를 의무화 하자. 위반 때는 형사처벌 하자. 고위 공직자들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기밀비 관리방법도 뜯어 고치자. 사용내역을 반드시 문서로 남겨 보관시키자.

 

  시민감시제를 적극 활용하자. 각종 ‘~파라치’ 도입을 확대하고, 고발하면 보상하자. 부작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깨끗한 사회 건설’이라는 가치보다 더 클 수는 없다. 인•허가 업무가 공직부패의 연결고리다. 모든 인•허가 업무는 실명제로 바꾸고, 사후관리도 엄격히 하자. 전관예우라는 더러운 먹이사슬의 최대 서식처도 바로 인허가 업무다.

  대한민국이 썩고 있다. 총체적 부패다. 이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 썩는 나무는 언젠가 쓰러진다. 부정•부패는 국가위기다. 두렵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때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보다 더 두렵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부패척결을 위해 어떤 혁명적 결단을 내려도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공직사회 부패추방은 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국정과제다. 공직은 그 자체가 명예다. 그 명예가 검은 돈을 챙기는 수단이 되면 결코 안 된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과 행동을 주목하고 있다.

 

김강정 ( kims7007@paran.com )

    (전) MBC보도국장, 논설주간, 경영본부장, iMBC사장, 목포MBC사장
    (전) 경원대 교수, 우석대 초빙교수, 방송광고공사 / 수협은행 사외이사

    (현) 삼성화재, 동아원(주) 사외이사
    (현)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