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연구업적 집대성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펴낸 강병화(농학65) 교수
24년간 3300일을 생약자원을 찾아 전국을 누빈 모교 환경생태공학부 강병화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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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 3천3백일 넘게 우리 국토 곳곳 누비며 잡초 사진 찍고 종자 모아 드디어 결실 봤습니다.”
우리 국토 곳곳에 숨 쉬고 있는 잡초를 찾아 총 12만장의 사진을 찍고 생태를 연구해 총 15Kg에 달하는 《한국생약자원 생태도감》을 펴낸 강병화 교수를 연구실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강 교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잡초와 도감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사람들은 제 책을 보고 3번 놀랄 겁니다. 방대한 자료에 처음 놀라고, 너무 아름다운 야생초들의 모습에 두 번째로 놀라고, 마지막으로 비싼 가격에 놀라는 거죠. 《한국생약자원 생태도감》에는 방대한 식물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약초, 산채, 야생화, 산야초, 농작물의 생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잡초’들에 대해 효용과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입니다.”
강의가 있는 날 외에는 항상 연구와 종자 채집을 위해 부인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는 강 교수. 그 덕에 부인도 강 교수를 따라 잡초박사가 다 되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총 망라한 결과물이 바로 《한국생약자원 생태도감》이다.
강 교수의 말처럼 이 책에는 잡초에 대한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또한 각 식물에 대해 우리 이름, 북한 이름, 학명, 지방명, 영어 이름, 일본 이름, 독일 이름, 중국 이름, 생약명 등 1만5천56개의 사항을 병기하고, 재배학 용어 설명, 남북한 식물 이름 비교, 천연약물명 비교, 동양의학과 식품 용어 설명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강 교수는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 생약자원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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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간의 연구 16년간의 집필을 거쳐 탄생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 80기가 분량 사진을 수록한 국내 최대의 力作이요 勞作이며 大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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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다 보면 수강생들 중에 우리 땅에 나는 식물 10가지 이상을 아는 학생이 드물어요. 도시에서 살다보니 식물에 대해 관심이 없고 알 기회도 없었던 거죠. 인류의 미래는 화석에너지, 식량, 환경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식량이 중요한 자원이죠. 그런데 주위 식물에 이렇게 관심이 없다면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최근 ‘녹색 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진정한 녹색혁명은 우리의 식물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잡초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연구실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는 강 교수. 당시 잡초 연구는 제초제 연구에 집중되어 있어 잡초를 없애기 위해 잡초의 생태 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의 연구가 이제는 잡초를 보존하기 위해 종자은행을 설립하고 그로 인해 과로로 쓰러질 만큼 지속되었다. 1999년 한국과학재단이 야생초본식물자원종자은행으로 강병화 교수를 선정하면서 강 교수는 지난 5년간 종자은행을 혼자 운영했었다.
그러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강 교수는 자신이 죽고 나면 종자들이 모두 쓰레기가 될까하는 우려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종자들과 자료들을 분류하고 종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금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종자를 만일을 대비해 세 군데로 나눠 발아하지 않도록 -24℃ 냉동고에 보관해 놓았다. 종자를 수집하면서 채종자료도 공개하지 않았고, 외국인에게는 분양하지 않았다. 유전자원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제 연구를 모르는 사람들은 저에게 팔자 좋게 유람 다닌다고 하지만 사실 목숨을 걸고 다닌 거예요. 다니는 곳이 워낙 오지이다 보니 뱀에게 물리지 않을까, 벌에게 쏘이지 않을까,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제자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쉽게 말을 못해요. 잡초들은 우리나라의 귀한 보물입니다. 귀한 보물을 지켜내려는 저의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게 사람들이 우리 식물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모두가 쓸모없다며 외면하고 짓밟던 잡초들을 소중한 자원 식물로 연구해 그 가치를 재조명한 강병화 교수. 눈에 띄지는 않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우리 국토를 지탱해온 잡초들처럼 24년간 한결같이 잡초들과 함께 해온 그의 미소가 들꽃처럼 싱그럽다. <대담 : 김진국 편집국장 정리 : 전혜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