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동네마다 비둘기가 떼 지어 살고 있다.
비둘기는 번식력이 좋아서 도심 속에서도 먹이만 있으면 둥지를 틀고 살아 간다.
내가 근무하는 종로오피스텔에도 한적한 이 시간이면 비둘기들이 서너 마리씩 떼를 지어서
도로나 주차장 바닥을 한가롭게 거닐며 먹이감을 주어 먹느라고 분주하다.
비둘기들이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고
깃털은 깨끗하며 윤기가 흐른다. 가만히 내려다 보는 내 눈길을 의식하는지
3~4미터 떨어져서 내 옆으로 가까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파고다 공원 근처에서 본 비둘기와
그 모양새와 행동양식이 확연하게 틀린 것을 보고 참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불과 300 미터 떨어져 있는 파고다 공원 주변의 비둘기와는 그 행색이 판이하게 틀리기 때문이다.
낙원상가 밑에서 매연을 맞으며 환경이 좋지 않는 곳에 기거하는 그 곳 비둘기들은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파고다 공원 주변에서 먹잇감을 주로 얻으며 살아가는데
그 곳의 비둘기들은 용감하고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 하지 않는다.
걷다 보면 발길에 채일 것 같은데도 유유자적 먹이를 쪼아 먹으면서 길 위를 사람들과 같이 어슬렁거린다.
그런데 그 비둘기들은 하나같이 비썩 말랐고
깃털은 여기 저기 빠져서 흉할 뿐더러 때가 많이 끼어서 마치 거지 비둘기 행색을 하고 있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먹는 값싼 음식이 길에 떨어진 것을 먹이감으로 살아가니 얼마나 영양이 있겠으며
또 주변 환경상 상한 먹이를 아무거나 주워먹고 혹시 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비둘기들이 영양실조가 걸린 듯한 모습으로 살아 가면서 그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둘기의 습성도 인간과 비슷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측은한 마음이다.
힘 없고 의욕없는 노인들이 비둘기를 해치고자 하지도 않고 못생기고 병든 비둘기들이 측은하여
가끔 강냉이도 던져주시고 과자 부스러기도 던져 주시고 해서 그런지 비둘기들은 노인들 속에서
마치 제 세상인양 노인들과 친구삼아 동고동락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같은 종로 3가 지역이지만 불과 몇 미터 차이로 음 양이 갈리고 생활의 수준이 다른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비둘기에게도 마찬가지 현상인 것 같아 왠지 우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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