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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함께

위대한 나무 1

 

나무는 위대하다.

 

힘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저항할 무기도 없지만

나무는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여

600년 1000년 수천 년을 살아간다.

 

인간이 고작 90년을 살면서

제 잘났다고 아웅다웅거리는 것을 나무는 보면서

가소로와 차라리 말도 하지 않는다.

하루 세끼를 먹지 못하면 인간들은 금새 힘이 빠져서 골골대는 모습이 한심하며

별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치고 박고 싸우고

헐뜯고, 잘난체 하고, 욕하고, 질서를 어기고,

자연을 훼손하고....

 

오래 사는 나무는

생명체이고 생장활동을 하고 있기에

생각도 하고 느낌도 있으며 주위의 자극에 반응도 할 것이다.

 

숲 속에 날아드는 새 소리도 듣고

딱따구리 새가 나무 둥치를 쪼아대는 충격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세차게 내리는 소낙비의 시원함도 알고

작열하는 한 여름의 햇살을 기다리기도 할 것이다.

봄이 왔고 여름이 가고 가을과 겨울이 올 것을 다 알고 있다.

언제 잎을 틔우고 어느 시기에 꽃을 피워 향기를 뿜고

어느 계절에 열매를 생산하여 오고 가는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는 지를

겨울이 되기 전에 잎새를 떨구고

겨울잠을 자야 한다고 벌써 알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면 부모들의 돌봄의 손길에 6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의지하여 지내고

그 후 고작 40년을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

그 것도 간단하지 않다.

수많은 경쟁속에서 생존을 위해 투쟁을 하여 돈을 벌어서

먹고 살아가는 일에 아등바등 하여야 하며 

그러다가 건강을 점점 잃고

힘도 없어지고 일을 할 수 없게되면

그 때부터는 죽을 때까지 자식이나 나라의 보살핌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나무는

스스로 씨를 뿌리고 뿌리를 내리며

스스로 노력하여 누구의 도움이 없이도 투쟁을 하지 않고도

600년 1000년 그 이상도 잘 살아간다.

 

지혜로운 느긋한 성품의 나무는,

날아드는 새와

찾아오는 들짐승, 다람쥐를 다 품어준다.

개미, 매미, 애벌래, 장수풍뎅이 등 곤충도 환영이다.

 

주말에 줄을 이어 찾아와서 나무 밑둥에 앉아서 떠들다 가는 

울긋불긋한 등산객의 행열도 이젠 친구로 여길 것이다.

 

매일 산을 오르는 할아버지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무는 하도 많이 들어서

나무는 본의 아니게 이집 영감 저집 아저씨 집안 사정과 속내도 모두 다 알고는 있을 것이다.

김영감은 담배를 많이 피우고 최영감은 술고래

박노인은 딸네 집에 얹혀 살아가고 있고

정씨 할아버지는 동창회 회장이라는 것 쯤은 이제 파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무는 가만히 앉아서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세상 돌아가는 판속을 다 알 수가 있다.

촛불집회 이야기 미국 소고기가 위험하다고

요즘 경기가 너무 나빠서 살기 힘들다

어떤 정치가가 무슨 일로 구설수에 올랐다

어느 대기업의 총수가 탈세를 해서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

무슨 주식이 폭락하였고

다음 주 일요일에 어느 동창회 수 십명이 이 산에 등산을 올 것이라는 것 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은밀한 연인들의 속삼임

누가 보지 않는다고 개울가에서 몰래 방뇨를 하는 대학생

숨어서 담배를 빠끔빠끔 피고 있는 아저씨

슬쩍 다 먹은 쓰레기를 개울가에 버리고 가는 젊은이들

2시간씩 책을 읽고 내려가는 아주머니

규정을 어기고 개스레인지를 켜고 삼겹살을 구어 먹는 계모임 아주머니들

 

나무는 한 두번은 그러려니 하고 눈을 감아 주지만

자꾸만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기억해 두었다가 눈여겨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산 아래 큰 나무는 요주의 인물이 등산을 오게되면

신호를 신속하게 보내어서 산 중턱 산 마루에 있는 친구 나무들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요주의 인물 A가 나타났으니 잘 관찰하고 좋지 않은 행동을 하면 나쁜 기를 방출하여

혼을 내 주자고 연락을 한다.

 

나무는 움직일 수가 없다.

나무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요주의 인물 A에게 야단을 칠 수는 없다.

그리고 주의를 줄 수도 없다.

단 나무가 할 수 있는 행위는 나무의 기를 요주의 인물에게 발산하여

그에게 고통을 주려고 노력할 따름이다.

발을 헛디디게 한다던가

넘어지게 한다던가

개울물에 미끄러져서 옷을 다 젖게 만든다던가... 

 

그러나 휴지를 줍고

질서를 잘 지키고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새가 짝짓기 하는 계절에는 '야호'라고 외치지 않고

작은 곤충과 송사리 가재를 잡지 않고

아무 꽃이나 꺽지 않고

친구들과 좋은 우정을 나누며 쉬었다 가는 친구들에게는 복을 받도록 좋은 기를 쏘여 줄 것이다.

더 좋은 양질의 산소를 뿜어주고

더 좋은 나무의 기운을 친구에게 베풀어 줄 것이다.

용기와 희망과 의욕과 건강과 지혜로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위대한 나무가 그 곳에 있음을 인간은 깨달아야 하고

선행과 덕행을 하면서 수양을 해야 한다.

위대한 나무가 오래 사는 것도 분명 선행과 덕행을 많이 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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