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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운이야기

방심

 

 

 

 

방심(放心) - 마음을 다잡지 아니하고 풀어 놓아 버림. 비슷한 말 : 산심(散心)

 

 

 

인제 아침가리 트래킹은 정말 즐겁고 색다른 체험이었다.

오는 비를 맞으면서 등산화를 신고 등산복을 적셔가며 개울물을 건너다니는 

계곡트래킹을 할 수 있는 곳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 계곡이다.

 

친구의 별장이 진동리 두무대에 있고 언젠가 가 보고 싶었던 곳이다.

한가한 휴가철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훌쩍 차를 몰아서 2박 3일의 오지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배려다.

숲과 공기가 좋은 곳에 가서 심신의 단련을 하는 것이 내 건강에 좋다는 생각에서다.

 

 

8월 13일 서울을 떠나서 인제군 진동리 두무대 친구의 별장에 도착하니 저녁 7시 경..

 

 

친구의 별장에는 영상장비가 매우 훌륭한 홈씨어터가 갖추어져 있었다.

별장 주인인 친구는 영화매니아다. 

최고급의 대형 슬라이드, 프로젝터, 스피커, 블루레이.... 수많은 DVD..

화질과 음향이 모두 최고급인 환경에서 여러 편의 영화와 음악회 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었다.

 

편안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였다.

나는 반찬을 준비하였고 다른 친구들은 청소, 밥 짓기, 설겆이, 점심밥과 트래킹 준비물 챙기기

등 각자 스스로 자기 역할을 다 하였다. 

 

14일 아침 9시 계획대로 아침가리 트래킹을 위해 별장을 나섰다.

상쾌한 아침바람에 하늘은 구름이 끼어서 약간 흐리어 해가 감추어진 선선한 날씨다.

모두 유쾌한 마음이다.

 

일행 다섯 친구들은 차를 방동약수터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방동약수에서 약숫물을 한 잔씩 마시고 개울을 건너서 

우측길로 계속 산길을 약 1시간 가량 오르니 고개 정상이 나타났고 그 고개를 넘으니

아침가리 트래킹 출발지인 조경동교가 나타났다.  

 

최근 며칠간 쏟아진 폭우로 물이 제법 불어났지만 트래킹을 즐기기에 위험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 일행은 중류에서 하류로 트래킹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무릎까지 물에 빠지는 정도의 개울물을 건너 다녔지만

하류로 갈수록 점점 물이 많아져서 허벅지까지 나중에는 엉덩이까지 젖는 깊은 곳도

씩씩하게 건너 가면서 트래킹을 즐길 수 있었다.

 

출발지로부터 약 두 시간 반 가량 트래킹을 하였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여 큰 바위 밑에서

자리를 폈다. 반찬담당인 내가 김치찌개를 끓였다. 싸온 밥을 나누어 먹고 과일도 먹고 막걸리도

한 잔씩 마셨다. 꿀맛같은 산중 음식이 건강식이자 별미였다. 

점심을 먹는 내내 산골에는 소낙비가 쏟아졌고 옆으로 계곡물이 철철 흘러내린다.

점심을 다 먹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정리하여 베낭에 넣고 목표지를 향해서 다시 출발을 하였다.

 

이제 약 1시간 반 정도 걸으면 목표지에 도착할 시간,

갑자기 내 휴대전화기가 진동을 하기 시작하였다.

베낭의 허리 옆 주머니에 넣었는데 비를 맞아 오작동이 되는 것 같다.

계속 끊임없이 진동을 하고 있는 휴대전화기를 꺼내서 배터리를 분리하고자 애를 쓰는데

마음만 급하였지 제대로 분리가 되지 않아서 한참동안 전화기는 진동을 계속하였다.

겨우 배터리를 분리하여 젖지 않은 수건에 싸서 물기를 닦고 혹시나 해서

다시 배터리를 연결하였더니 아까처럼 똑 같은 현상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배터리를 제거하고 그대로 마른 수건에 잘 싸서 베낭에 넣어 두었다.

꼼짝없이 통화불능상태로 빠져버린 나... ㅠㅠㅠ

친구들은 새 각자 비닐봉투에 고이고이 전화기를 싸서 물에 젖지 않도록 조치를 하였는데

나만 멍청하게 맨 전화기를 방수도 잘 되지 않는 베낭의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니

그야말로 방심(放心)을 한 것이다.

 

조금 후 갑자기 디지탈카메라(나의 무기)가 궁금해졌다.

어딜가든 들고 다니던 내 디카는 어디있지? 혹시???

앗차차차... 이거 낭패로다.. ㅠㅠㅠ

깊은 물을 건너면서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넣었던 디카가 물에 젖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얼른 꺼내서 화면을 보니 렌즈불량이라고 경고표지가 씌어 있고 렌즈 내부에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나는 얼른 메모리와 배터리를 분리하여 마른 수건에 닦고 카메라 이곳 저곳의

물기를 모두 닦아주었다. 

어느 정도 물기를 다 닦았다 싶어서 배터리를 넣고 스위치를 켰는데 디카는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어휴!! 내가 돌았지 이렇게 한심할 수가...

그 소중한 디카를 비가 오는데 무방비로 들고 다니지를 않나...

물속에 들어가면서 젖을 수 있는 바지 주머니에 넣고 깊은 개울을 건너지를 않나??!!  

완전 방심의 극치상태가 아니고 무엇이랴. 

 

다음 날 15일 방태산 휴양림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16일 월요일 아침 신속하게 휴대폰 A/S센터와 디카 A/S센터에 찾아가서 수리를 의뢰하였는데

휴대폰은 완전히 맛이 가서 폐기해야 하고 디카는 약 8만원 정도 들여서 수리를 해야한다고

하며 혹시 추가로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A/S센터에서 복선을 깔았다. 

 

잠시동안의 방심... 엄청난 피해, 정신적 스트레스...

나의 방심의 원인은 성격탓인가??,  아니면 상황판단능력이 떨어져서일까??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안이하게 생각하는 태도때문인가??

 

어떻게 하면 한심한 방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09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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